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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어쩌구/글감 모음

PT를 시작한지 한달이 넘었다.

by annmunju 2021. 8. 17.

2021. 8. 17

 

작년 이맘때부터 날다람쥐가 되고 싶다는 헛소리를 하곤 했다. 산에서 가끔 마주치는데 뭔놈에 동물이 이렇게도 빠른지 마치 몸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 냥 도망가는 모습을 보곤 나도 좀 가벼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위장도 무겁고 머리통도 무거워 어딘가에 기대지 않으면 불안정하고 애매해진다. 이 굳건한 두 다리로 땅을 밀어내고 바른 균형으로 서있는 것이 어렵지 않아지는 것만으로도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비만이다. 비만인 걸 인지하게 된건 10년이 넘었다. 그 사이에 다이어트 시도를 안해봤겠냐마는 지금도 여전히 비만인걸 보아(아니 사실 조금 더 늘어났다) 시도가 무용지물이었다는 것을 한눈에 봐도 알 수 있다. 나는 꽤 꼼꼼하고 여러가지 정보를 찾아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다이어트에 대해서도 정말 많이 알고있다. 하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몸뚱아리는 다르다. 자세하게 알고 있는 건강 관리 방법을 현실에 써먹기만 해도 나는 반쪽이 되어있을거다.

 

불과 3달 전의 식습관은 나태한 나의 생활상을 잘 반영해준다. 오전 아르바이트로 아침에 회사에 출근해 점심에 퇴근한다. 아침은 당연히 스킵하고 1시쯤 집에 도착하니 뱃고동이 크게 운다. 사실 아침에 빈속에 커피를 마셔서인지 퇴근하기 전인 12시부터 뱃속에서 야단이 났다. 진짜 배고프니 뭐라도 먹어야한다는 마음으로 집에 가는 길에 배달음식을 시키거나, 피자를 사가거나, 도착해 라면 물을 올린다. 배달음식은 주로 마라탕, 떡볶이, 치킨 같은 자극적이고 누가 한눈에 봐도 몸에 좋은 것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음식들을 시킨다. 그렇게 한참을 폭식하고 난 뒤 시간은 생각보다 별로 지나지 않는다. 빠른 시간 급하게 먹는 것은 나의 오래된 습관이었다. 한 두해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먹어도 위장은 멀쩡했는데 요즘은 급체를 한다. 속이 더부룩해 박스로 사둔 가스활명수를 냉장고에서 꺼내 마신다. 

 

물론 지금은 이딴식으로 사는게 얼마나 도움이 안되는지 잘 안다. 근데 그땐 이상하게 조절이 잘 안되고 사람이 좀 우울해지고 그렇다. 몸이 무거울 수록 딱히 몸에 나쁜 식습관이 인지가 잘 안된다. 핑계를 자꾸 댄다. 생리가 얼마 안남아서 그렇다느니 늦은 점심이라서 저녁은 안먹을꺼니까 괜찮다는 쓸데없고 무가치한 자기 위안을 삼는다. 지금은 그 때 내가 정신적으로 조금 힘든 시기가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아무튼 원래 하고싶었던 얘기는 PT였다. 현대인으로써 운동 부족은 당연하게 가지고 있는 질병같은 게으름이었지만 나름대로 운동을 꾸준히 해왔던 과거를 회상하며 운동을 시작해야겠다 다짐했다. 다짐하고 2초정도 뒤에 일어나서 집을 나가 바로 헬스장에 방문했다. PT 상담은 어떤 식으로 진행하고 싶은지 어떤 도움을 받고 싶은지나 나는 뭘 가르칠 수 있는지 등을 얘기해줄거라 생각했다. PT 선생님과 대면해 자리에 앉아 얘기를 나누려나 싶었는데 헬스장이 어떤지 보여주겠다고 나를 이끌고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다. 헬스장은 생긴지 얼마 안된 곳이라 그런지 꽤 크고 쾌적했다. 이런 곳이라면 운동 욕구가 마구 샘 솟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 돌아다니고 난 뒤 자리에 앉아 상담을 했다. 상담 선생님은 나시를 입은(국룰) 남자선생님이었는데 사진속에 나와있는 그 사람과는 다른 사람이었다. 아니 같은사람이란다. 나는 짧게 탄식하고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PT 선생님은 종이를 꺼내더니 생년월일 따위를 묻고, 운동 목적이 뭐냐 물었다. 다이어트라고 하니 끄떡거리며 종이에 그 내용을 끄적인다. 이내 PT 가격표를 보여주면서 금액은 이렇다고 얘기 했다. 그렇게 비싸지도 싸지도 않은 금액이었지만 열의 따위는 없는 나시의 그 선생님을 보니 여긴 아니다 싶었다. 조금 더 생각해보고 오겠다며 급하게 일어나 나왔다.

 

집 근처에 체육센터가 있다. 구에서 만든 센터라서 정찰제로 운영하고 있고 가격도 저렴해 여기도 PT 수업이 있으니 상담이라도 받자 싶었다. 거기엔 어깨가 넓고 다리는 가는 남자 선생님이 계셨다. 상담을 받으면서 어떤 목적으로 왔냐, 운동은 얼마나 해봤냐 따위를 묻고 식단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주 몇회가 좋겠다 어떤 부위 위주로 운동하고 싶냐 등등을 물었다. 나름대로 열의가 느껴지기도 했고 무엇보다 가격이 합리적이여서 반년 내지 1년은 다닐수 있겠다 싶어 다니기로 마음먹었다.

 

운동을 시작한지 한달 하고도 반이 지났다. PT 수업은 화, 목요일 주 2회를 듣고 개인적으로 수, 금, 토요일 가고 싶을 때 가서 운동을 한다. 가서 스트레칭을 하고 50분간 근력운동을 한 뒤 40분 정도 유산소를 한다. 초반에는 수업만 들어도 힘들어 더 할생각을 못했는데 하다 보니 재미도 붙고 열의도 생겨서 요즘은 자주 가려고 한다. 사실 이 글을 쓰게 된건 운동을 하고 나서 달라진 점이 너무 많아서다. 

 

나는 생각이 엄청 많은 사람인데 운동할 땐 생각이 없어진다. 일단 이게 너무 좋다. 잡생각이 많아서 스스로 구멍을 파 한없이 아래로 내려갈 때가 많다. 나는 왜 이모양이며 열심히 하는 것 같지도 않고, 공부도 잘 안되고 하고싶은 일도 찾지 못해 부유하고 있는가.. 뭐 그런 쓸데 없고도 진지하고 자기 잠식적인 생각만 가득할 때 그냥 운동을 한다. 운동을 하다보면 일단 겁나 힘들다. 스쿼트와 런지를 하면 허벅지가 부숴질것 같고 땀이 주륵 난다. 그럴 땐 나를 비관할 시간 따윈 없다. 다리가 곧 터질 것 같이 아픈데 안터진다. 잠깐 휴식 취하면 괜찮아진다. 몸뚱아리가 참 웃긴것 같다. 

 

운동을 하는 중에 자세를 잘 잡기 위해 거울을 보는데, 일단 거울속 내가 꽤 멋지다. 마치 스포츠 브랜드 광고처럼 열정을 가지고 운동하며 땀흘리는 모습으로 보인다. 물론 그냥 힘들어하는 모습이긴 하지만. 여튼간 멋지다. 내 스스로가 대견스럽다. 운동을 한 날에는 오늘 하루를 꽤나 알차게 보냈고 나는 조금 더 멋진 사람이 되었다는 느낌이 드니 자존감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당연히 몸무게도 줄었고 체지방률도 꽤 떨어졌고 근육도 붙었다. 체력도 좋아지고 땀흘리니 피부도 좋아졌다. 옷도 전보단 편하게 입고 자세도 좋아졌다. 백익무해하다. 시간을 조금 쏟아야 하지만 그 정도도 시간 없이 살지 않으니 핑계 대면 안될 듯 하다. 꾸준하게 하면서 성공적으로 다이어트를 해나가면 인바디 경과도 여기 기록해둬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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