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록 어쩌구/글감 모음

문득 내가 한심하게 느껴지는 날

by annmunju 2021. 12. 17.

2021. 11. 23

 

어제부터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 탓에 타이핑을 하려 올린 손에 냉기가 든다. 겨울은 겨울인가보다. 전기세보다 난방비 걱정이 앞서고, 집에 있는 고양이가 혹여나 감기들진 않을지 걱정되는 날을 반복하고 있다. 오늘도 어제와, 엊그제, 지난주 화요일 어디쯤과 비슷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와중에 문득 이렇게 살다간 꼼짝없이 굳은 뇌를 갖게 될까 싶어 책을 들었다. 집중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생각과 연말이 다가오는 요즘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지낼까 문득 궁금해졌다. 책은 여지없이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냥 글을 써보려고 한다. 요즘 느낀점과 매너리즘에 빠진 일상과 망가지는 몸에 대하여.

 

한동안은 열심히 살아보려고 새벽에 일어나 가벼운 산책을 하고 오전 아르바이트를 하고 오후에는 PT를 받으며 중간중간 독서도 해가면서 미친듯이 나를 굴려왔다. 근데 그것도 잠깐이었던 것 같다. 아니 6개월이니까 꽤 길었나? 지금은 내가 가장 한심했던 나의 순간으로 돌아온 기분으로 하루를 살고 있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죄책감 없이 쉬고 있다. 다음달이면 새로운 강의를 들어가기 때문이다. 지난번 등록한 학원에서 중도 탈락을 했다. 시작하면 꼭 내가 원하는 끝을 보리라 했지만 맘처럼 쉽게 끝나지는 않았다. 조금은 자존심 상하지만 그 학원에서 대기업을 보내려는 만큼 내가 따라가진 못했으니까 나도 그건 인정한다. 한 번 떠나간 일에 뒤 돌아보지도 말고 열심히 내 일을 하자고 마음먹었건만 지금 나는 2주일째 누워서 빈둥거리다, 이제 겨우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렸다.

 

술도 늘었다. 정확히는 빈도가 늘었다. 술은 여전히 약하지만 취한 기분으로 하루를 살기 위해 애썼다. 사람들이 슬슬 무서워한다. 지나고 나면 조금 부끄럽다. 기억은 왜 이렇게 잘 나는 걸까. 이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술을 좀 줄여볼 생각이다. 취하기는 빨리 취하는 것 보니 체력은 영 아닌 것 같다. 

아침에 하던 걷기 운동은 새벽 수영으로 바뀌었다. 화, 목 수업이라 그런지 늘지는 않는다. 수영복이 민망할 것 같았지만 의외로 뱃살도 잘 눌러주고 아무도 관심이 없기 때문에 별 상관 없어졌다. 나머지 월,수,금은 그냥 누워있다. 아침에 친구와 헬스를 하려고 했는데 글쎄 그건 잘 안하게 된다. 하기 싫을 때는 죽이 척척 맞는다. 그래서 자꾸 빠지게 된다..

 

나열하고 보니까 문득 참 한심하게 사는 느낌은 들지만 어쨌던 이걸 지금이라도 알게 되었다니 다행인것 같기도 하다. 방금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나가서 걷자고 했다. 저녁에 양꼬치와 소맥을 먹기 위해 소화해야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아무튼간 오늘부터 조금씩 움직이면서 집중력을 높여가볼까 한다. 강의 듣기 전 까지 스케쥴을 만들고 못했던 취미생활이나 집안일들을 하다보면 시간이 빨리 지나가겠지! 이번 연말은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 보내기 위해서 이것 저것 건들여볼 생각이다.

 


 

2021. 12. 17

 

오랫만에 블로그를 들어왔다. 강의가 금방 시작 될 것 같았으나 계속해서 미뤄졌다. 다음주 월요일이 강의 시작이다. 오늘은 금요일이다. 마지막, 온전히 내 시간을 보낼 금요일. 

쉬는 한 달 동안 매일 10시쯤 일어나 한가롭게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며 TV를 봤다. 주로 라면을 먹고 배달음식을 먹었다. 소화능력이 조금 떨어진 요즘에는 밀가루를 먹으면 소화가 잘 안된다. 오늘 아침도 빵쪼가리를 먹어 속이 안좋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 조금 우울하지만 화, 목요일에는 새벽수영을 하고 수, 금요일에는 친구와 헬스장에서 웨이트를 하니 좀 낫다. 운동하는게 유일한 스케줄이었다.

 

블로그를 들어 오는 것 자체가 요즘은 꽤 고역이 되었다. 열심히 살아온 올해의 내가 이렇게 망가져 버렸다니. 내 꿈은 어제의 나보다 더 나아지기 였는데 퇴보하는 느낌이 들고 그렇다. 아무래도 유튜브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생각난김에 유튜브 프리미엄을 끊어버려야 겠다. 술은 좀 줄었다. 안마시다 보니 주량도 줄고 마실때만 좋고 다음날 너무 괴롭다. 맞다.. 나 어제 술마셨지.. 엊그제 한 웨이트 때문에 근육통이 가시지 않는다. 술때문인지 운동때문인지..

 

여튼간 나는 매일 유튜브,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운동, 라면을 제외하고 한 게 없다. 당장 다음주부터 강의 시작인데. 사놓은 책들도 읽지 않았다. 이럴거면 사질 말지. 돈을 쓰지 말지 싶다가도 언젠간 보지 않을까 하며 애써 외면한다. 지난주 쯤에 너무 일상이 무료해 닌텐도를 꺼냈다. 닌텐도도 금방 질린다. 그래서 리디셀렉트를 구독했다. 뭐라도 읽어보자. 활자를 좀 읽자. 영상은 그만보자.

 

아 최근에 피부과를 다시 가서 리프팅 레이저 시술인 슈링크를 또 받았다. 효과는 그냥 저냥이었다. 어제 턱보톡스도 맞았다. 핸드폰 케이스랑 옷도 샀다. 음 이러고 보니 그냥 돈만 많이 썼다. 글도 엉망이네. 어째 지난달 글보다 훨씬 더 형편 없고, 나도 형편 없어진 것 같다. 

 

나는 처음에 진심이다. 기상 직후의 시간, 월요일, 1일, 1월 1일 새해가 시작될 때. 첫 단추를 잘 끼면 마냥 기분이 좋아졌다. 반면에 마무리는 흐지부지다. 매번 이런식이었다. 좋게 생각하면 그래도 작심 삼일에서 벗어나서 작심 10개월 정도는 달렸던 것 같다. 왜 지금은 이렇게 흐지부지 되었나 고민해봤는데 아무래도 학원이나 일 없이 온전히 나 혼자만 남겨진 시간이어서 그런 것 같다. 내 유일한 스케쥴은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이었고, 주어진 할 일이 있는 시간들 이었다. 아무것도 없다. 일기장에 쓸 내용조차 없는 무의미한 하루를 보내다 문득 내가 또 한심하게 느껴졌다.

 

사람 마음 싱숭하게 올해는 유달리 날씨가 덜 춥다. 겨울인데 눈도 안온다. 나가고 싶은데 나갈 곳도 없고 코로나가 한창이라 나가는 것도 죄짓는 기분이다. 날은 건조한데 피부는 기름지다. 식욕도 형편 없다. 그렇다고 살이 빠지는 것도 아니고. 의욕 없는 하루가 또 흐르고 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