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록 어쩌구/글감 모음

잦은 실수가 나를 잠식할 때

by annmunju 2022. 6. 10.

2022. 06. 10

인생에 두 번은 없을 큰 실수를 했을 때, 나는 “인간은 어차피 다 죽는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실수를 저지른 그 상황도 2년이 지나면 괜찮아지고, 10년이 지나면 술 안주 거리가 될 것이다. 요 근래 실수가 잦다. 나에게는 큰 실수지만 정작 터놓고 말하면 별 일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실수들 이었다.

그런 실수를 저지르고 나면 내 유일무이한 친구를 불러다가 그 치부의 전부를 이야기 한다. 이야기 하다보면 그냥 마음이 놓인다. 친구는 나에게 “너는 내가 아는 가장 합리적인 사람이야”라고 말했다. 그 친구가 보는 나는, 이번 경험을 통해서 다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 친구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사실 그것보다 더욱 나 스스로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더 내가 단단해졌다고 느끼면서, 마구잡이로 놀던 나의 친구가 언제 이렇게 위로를 잘 하게 되었는지 실감하게 된다. 그 친구는 나에게 위로를 받았던 시간이 있었다고 말했다. 막역한 사이어서 이런 칭찬을 받으면 묘하다. 좋은데 낯간지럽다. 그래도 내가 나의 모든 부끄러움을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배설하지 못했다면 얼마나 많은 시간 속앓이 하며 울었을까.

우리는 결국 다 죽을거다. 우리의 경험도 결국 다 잊혀질 거다. 그래서 내가 실수했던 모든 일도 다 사라질거고, 그 대상도 다 죽을거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자.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큰 상처를 준 것도 아니다. 나 스스로만 문제인 것이다. 그러니까 다른 일을 하자. 생산적인 일을 하자. 돈을 벌어도 좋고 문화생활을 해도 좋고 운동을 해도, 책을 읽어도 좋다. 뭐든 하자. 누워있지 말고 혼자 깊은 동굴에 빠질 시간에서 벗어나자.  그래도, 적어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사람이 되자.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