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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어쩌구/글감 모음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by annmunju 2023. 8. 27.

2023. 7. 11

 

지하철에서 사람들을 봤다. 하나같이 다 작은 불빛들을 보고 홀려있는 피곤한 얼굴들이었다. 그 중에도 책을 읽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다들 뭘 그렇게 열심히 찾아보고 알아보고 있는 걸까?

항상 무언가에 쫓기는 듯이 살고 있는 느낌이다. 아무도 나를 쫓지 않고, 시기하지도 않고, 기대하지도 않지만 나는 나를 쫓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의 원천이 타인과의 비교를 쉽게 할 수 있는 스마트폰 때문이 아닐까. 그냥 괜히 미워졌다.

물론 덕본게 더 많은 것 같기도 하다.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온라인 세상이 더 활발해지고 나는 또 그런 온라인으로 축적된 데이터로 밥 벌어먹고 사는 사람이니까 그것도 덕일 것이다. 그리고 애인과 사진을 주고 받으며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지금 그의 모습은 어떤지 알 수 있었다. 좋은 것을 보면 그렇게 사진을 찍고 싶어진다.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눈으로 모든 것을 담으려고 했을 것 같다. 언제든지 휘발될 수 있는 날들에 감사하면서 살았을까. 아니면 그 마저도 그냥 지나가는 순간으로 넘어갔을까. 휴대폰에 담겨진 사진은 언제든 다시 돌아볼 수 있는 내 추억이 되었지만 오히려 그 추억을 담으려는 노력으로 온전히 즐기지 못했음에 후회가 되기도 했다.

정보가 많아진 것도 되려 현실을 힘들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남들이 얼마나 가졌는지 알지 못했다면 느끼지 못했을 부정적인 감정도 한 몫 했다. 더 잘 살고 싶고 돈도 더 많이 벌고 싶은게 사람 마음이지. 나는 이정도면 충분하다는 마음으로 살고 싶었는데, 누구보다는 더 잘 살고싶다는 마음으로 바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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