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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어쩌구/독서록

행복의 기원 (2014)

by annmunju 2024. 3. 21.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동물이다. 조금 더 냉정하게 표현하자면 인간은 생존 확률을 최대화하도록 설계된 '생물학적 기계'고, 행복은 이 청사진 안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호모사피엔스 중 일부만이 우리의 조상이 되었는데, 그들은 목숨 걸고 사냥을 하고 기회가 생길 때마다 짝짓기에 힘쓴 자들이다. 무엇을 위해? 삶의 의미를 찾아서? 자아성취? 아니다. 고기를 씹을 때, 이성과 살이 닿을 때, 한마디로 느낌이 완전 '굿'이었기 때문이다.

저명한 뇌 과학자 ... 그는 자신의 책에서 큰 질문 하나를 던졌다. 인간의 뇌는 도대체 무엇을 하기 위해 설계되었을까? 일평생의 연구를 토대로 그가 내린 결론은 '인간관계를 잘하기 위해서'다. 그는 인간이 '뼛속까지 사회적이다'라는 표현을 썼다. .. 뇌의 최우선적 과제는 사람간의 이런 복잡 미묘한 일들을 해결하는 것이다.

호모사피엔스라는 동물의 진화 여정에서 집단으로부터의 소외나 고립은 죽음을 뜻했다. 뒤집어 말하면, 우리의 조상이 된 사람들은 연인과 친구들을 항상 곁에 두고 살았던 매우 사회적인 사람들이었다.

: 실제 물리적인 고통과 심적 고통이 유사함. 그래서 진통제가 사회적 고통도 덜어줄 수 있음. 일부러 상처를 내고 낫는 실험을 했을 때, 심적 고통이 있는 경우 치료 속도가 더딤 등
고통의 역할은 위협으로부터의 보호다. 뇌의 입장에서는 그 위협이 신체적인지 사회적인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뇌는 비슷한 방식으로 두 종류의 '고통 스위치'를 켜고 끄는 것이다. 혼자가 되는 것이 생존에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연구다.

(결국은 사람이다) 먹는 쾌감을 느껴야 음식을 찾듯 사람이라는 절대적 생존 필수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선 인간을 아주 좋아해야 한다. 타인을 소 닭 보듯 바라보는 사람에게 친구나 연인이 생길 리 없다. 이런 '사회적 영양실조'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왕성한 '사회적 식욕'을 갖는 것이다. 식욕의 근원은 쾌감이다. 그래서 사람을 만나고 살을 비빌 때 뇌에서는 사회적 쾌감을 대량 방출한다. '강추' 한다는 뜻이다.

(행복은 아이스크림이다) 복권 당첨 후 작은 즐거움에서 전과 같은 기쁨을 더이상 느끼지 못했다. 큰 자극의 휴유증. 
돈은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얻을 수 있는 착각을 심어준다. ... 행복한 사람들은 이런 '시시한' 즐거움을 여러 모양으로 자주 느끼는 사람들이다. 

불행의 감소와 행복의 증가는 서로 다른 별개의 현상이다. ... 우리는 화려한 변신의 순간에만 주목하지, 이 삶을 구성하는 그 뒤의 많은 시간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않는다. 이렇게 미래를 과도하게 염려하고 또 기대하는 것이 우리 모습이다. 그래서 우리는 현재를 즐기지 못하고 산다. 
정서의 본질적 관심사는 행복이 아닌 생존이다. 생존을 위해서는 자원을 계속 해서 더 많이 비축하고 확장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래서 승진의 즐거움은 며칠 뒤 없어져야만 한다. 그래야 과장을 단 사람이 부장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동메달을 딴 선수가 금메달을 위해 땀을 흘린다.
쾌락은 생존을 위해 설계된 경험이고, 그것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본래 값으로 되돌아가는 초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이 적응이라는 현상이 일어나는 생물학적 이유다.

('사람쟁이' 성격) 어떤 인생을 사느냐를 결정하는 데 상당히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자신의 성격이다.
유전. 더 구체적으로는 외향성. ... 기질이라는 원석은 시간이 지나면 조금 더 구체적인 모양을 잡아가는데, 이것이 성격 특질이다. 가장 중요한 성격특질 5가지 중 우리의 관심사는 외향성이다. ... 외향적인 사람들이 타인을 찾는 본질적 이유가 자극 추구라는 흥미로운 설명도 있다. 사실 사람만큼 '자극적인 자극'도 없다.

(한국인의 행복) 행복감을 예측하는 가장 중요한 문화적 특성은 개인주의다. 그래서 개인주의적 성향을 통계적으로 제거하면 국가 소득과 행복의 관계가 거의 소멸된다. 즉, 개인주의는 국가의 경제 수준과 행복을 이어주는 일종의 접착제 역할을 한다. 역으로 개인주의가 부족한 사회는 경제적 발전을 이룩해도 거기에 상응하는 행복감이 뒤따라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 한국과 일본이 그 예다. 
집단주의 문화의 부족한 점은 무엇일까? 심리적 자유감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내 인생을 내 마음대로 사는 것이다. 이런 삶을 보편적으로 지지해주는 문화가 있고, 이렇게 살기 위해 세상과 문을 닫고 기인이 돼야 하는 문화도 있다. 

삶을 경험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살게 된다. ... 이렇듯 과도한 타인 의식은 집단주의 문화의 행복감을 낮춘다. 행복의 중요요건 중 하나는 내 삶의 주인이 타인이 아닌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남이 볼 수 있는 화려한 겉옷을 인생에 덧입혀야 행복할 수 있다는 믿음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과도한 타인 의식의 또 한가지 문제점은 사람과의 관계를 즐겁지 않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것은 행복을 저해하는 원인이 된다. 사람이 행복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했지만, 여기서 중요한 전제 조건은 그 만남들이 나에게 즐거움과 편안함을 줄 때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행복에 필요한 한정된 자원을 두고 다투는 경쟁자로 생각하다 보면, 타인에 대한 불신과 스트레스가 증가할 수 밖에 없다. 누구 떡이 더 큰지 항상 비교하게 되고, 방심하면 남에게 당할 수 있다는 경계심을 갖게 된다. 

각자 자기 인생의 '갑'이 되어 살아보는 것에 좀 더 익숙해지는 것이다. 세상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보다 내 눈에 보이는 세상에 더 가치를 두는 것이다.

(오컴의 날로 행복을 베다) 행복은 가치나 이상, 혹은 도덕적 지침이 아니다. 천연의 행복은 레몬의 신맛처럼 매우 구체적인 경험이다. 그리고 쾌락적 즐거움이 그 중심에 있다. / 내가 지금 좋고 즐거운 것 보다 남들 눈에 사려깊고 힘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앞에서 설명했듯 여기서 행복은 역풍을 맞기 시작한다. / 행복은 거창한 관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험이라는 점이다. / 본질적인 쾌감은 먹을 때와 섹스할 때, 더 넓게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온다. 진화의 여정에서 쾌감이라는 경험이 탄생한 이유 자체가 두 자원 생존과 번식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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