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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어쩌구/글감 모음

어른이 된다는 것

by annmunju 2023. 8. 27.

2023. 6. 29

 

어제부로 나이가 어려졌다. 당연히 몸이 젊어진건 아니기에 체력과 체격은 그대로이나 마음가짐을 조금 달리 먹을 계기가 되었다. 어려서부터 시작하는 날이 되면 새로운 마음가짐을 먹고자 했다. 월요일이 되면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1월 1일에는 올해 계획을 세우고, 매 월 초에는 그동안 무너졌던 마음을 다잡곤 했다. 뭐든 처음이 중요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성인이 처음 되었을 때 오히려 기다림과 기대가 컸던 만큼 생각보다는 별 일 아니라고 느껴졌다. 그냥 어제보다 하루 지나간 오늘일 뿐이었다. 아직 내가 기대하던 “어른”은 아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지금은 가끔 어른이 되는 것을 생각하곤 한다. 25살이 된 지금도 아직 어른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내가 본 많은 어른들의 가르침을 받으면서 나도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나의 해방일지” 에서 창희는 하고 싶은 말을 삼킬 때 어른임을 느낀다. 친구의 임종을 지키기 위해 계약을 날린 창희는 친구들이 왜그랬냐고 묻자 이렇게 답한다. “내가 뭐든 입으로 털잖냐, 근데 이건 안 털고 싶다.… 말들이 막 쏟아지고 싶어서 혀끝까지 밀려왔는데 밀어 넣게 되는 그 순간, 그 순간부터 어른이 되는 거다.”

혀끝까지 차오르는 말을 하지 않게 되는 순간이 오게 될까? 나는 어느 순간 이후로 솔직함을 무기로 남에게 상처주었던 것 같다. 상대의 마음을 깊게 헤아리지 않고 이야기하는 모든 말들. 그런 말들을 속으로 한번쯤 삼키고 되새김질 하는 사람, 그래서 상대가 다치지 않게 하는 사람이 진짜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에게 간섭 대신 존중을 주자. 조언 대신 응원을 주자.

완전한 어른이 된다는건 어떻게 보면 불가능 한 것 같기도 하다. 인생을 등산에 비유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산을 오르고, 정상에 다르고, 내려가는 일련의 과정이 인생과 닮았다고들 한다. 내려가는 것도 참 많은 요령이 필요하다. 급하게 내려가면 다치게 되니 조심히 또 천천히 내려와야 한다. 그렇게 오르 내리는 모든 과정에서 배우게 된다. 삶은 계속 변하기에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도 점점 변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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