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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어쩌구/글감 모음

위와 아래

by annmunju 2023. 12. 15.

2023. 12. 15

 

가끔은 우리가 소꿉 장난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곤 한다. 태어난 이후에 이름이라는 것이 생겨났고, 우리는 그렇게 서로 부르기로 약속했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삶에서 규칙이 생겼다. 위와 아래가 생겼다. 그렇게 역할과 책임이라는 것도 생겼다. 마치 아이들이 소꿉장난 하듯이 함께 모여 너는 어떤 역할을 하고 너는 어떤 역할을 할지 정하고 나눠서 흉내내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모든 사회의 구성은 모방하고 흉내내어 그럴듯한 역할을 부여하고 있는걸로 보인다.

인간은 비교하는 동물이라고 했던가. 역할을 정의 내리는데에 그치지 않고 우리는 위와 아래의 경계를 만들었다. 인간은 인간을 강압하고 통제하기도 하며 그 위와 아래를 구분짓기 위해서 애썼다. 위는 아래에게 잘해주면 기어오른다는 표현을 하고, 아래는 위에게 꼰대라며 비방하기도 했다. 우리는 모두 그런 경험을 쌓아가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게 된다. 이런 표현이 어쩌면 너무 거칠다고 생각하지만, 예쁘게 포장해서 위와 아래가 어디있어 하는 위의 말보다 위선적인 것도 없는 것 같다.

뭐가 된 것 마냥 내멋대로 굴다가도 위라고 생각되는 누군가의 간접적인 압박에 쉽게 주눅 들어 버렸다. 속으로 나를 평가질 하는 건 사실 내가 가장 많이 해본 일이다. 주변 친구들의 조언을 들어보기도 했지만 같은 처지의 입장에서 가장 쉽게 해볼 수 있는건 적응이었다. 우리는 타협했고 누구보다 위가 되기 위해서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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