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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어쩌구/글감 모음

감사한 하루

by annmunju 2023. 10. 3.

2023. 10. 3

진정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은 나였을지 모른다. 나의 노고를 몰라주는 수많은 사람들을 지적하기에 바빴다. 불평 불만이 마르지 않았다.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면 할 수록 부정적인 감정에 깊어지는 건 나였다.

어제 애인이 지내는 곳으로 놀러갔다. 지하철을 타고 기차도 타고 택시도 타고 들어가야 도착하는 곳이었다. 가는 길은 썩 즐거웠다. 3시간이 넘는 거리에 나는 문득 그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불평을 하는 건 늘 나였다. 나와 놀러 와서는 쉽게 지쳐버리는 그가 미웠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이기적일까 하기도 했다. 정작 이기적인건 나였다. 그 먼 거리를 거의 매주 1년이 넘게 와준 그가 지쳤다고 탓했다니. 미안하면서 감사해졌다.

늘 내가 더 표현하고 더 많이 쓴다고 착각했다. 그도 나름대로 나에게 늘 표현하고자 했었던 것 같다. 오며가며 나를 보러 와준 시간들과 교통비들. 그것들은 내게 도달하지 않았기에 내가 모르던 것이었다. 더 어른인 척 했던 내가 부끄러워진다. 많은 관계에서 내가 그렇게 놓쳤던 것들이 있었겠지.

그 뿐이겠나. 그렇게 스쳐 지나가는 호의들이 쌓여서 내가 되었을 것이다. 정많고 감사할 줄 아는 나를 만든 건 내 주변 사람들일 것이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세상에 더 좋은 사람이 많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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